세전 300만 원인데 265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연봉 3,600만 원에 합의하고 입사한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월 300만 원이니까 통장에 300만 원이 찍힐 거라고 생각하고 방값 70만 원, 생활비 100만 원, 저축 100만 원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남는 30만 원이 여유분입니다.

첫 월급날, 265만 원이 들어옵니다. 계획이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빠진 35만 원의 대부분은 4대보험입니다. 국민연금이 14만 2,500원, 건강보험이 10만 7,850원, 여기 붙는 장기요양보험이 1만 4,000원쯤, 고용보험이 2만 7,000원. 합쳐서 29만 1,000원입니다. 나머지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입니다.

그런데 2026년에는 이 금액이 작년보다 더 커졌습니다. 국민연금 요율이 9%에서 9.5%로 올랐습니다. 1998년 이후 처음으로 9%를 넘었습니다. 건강보험도 7.09%에서 7.19%가 됐습니다. 근로자는 절반씩 부담하니 각각 4.75%, 3.595%가 내 몫입니다. 고용보험은 0.9%고, 산재보험은 회사가 전액 냅니다. 명세서에 산재보험이 찍혀 있다면 그건 잘못된 겁니다.

둘째 달에 더 빠지는 이유

입사가 월 중이었다면 첫 달은 일할 계산되거나 신고가 늦어 덜 빠집니다. 그러다 둘째 달에 소급분이 한꺼번에 붙어서 "왜 이번 달은 더 떼갔지" 하게 됩니다. 명세서를 두 달은 봐야 내 진짜 실수령액이 보입니다.

연봉 협상할 때 이 차이를 모르고 계산하면 매달 30만 원씩 어긋납니다. 세전 연봉에서 대략 12~13%가 빠진다고 잡아두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제일 아깝게 느껴지는 항목이 사실 제일 덜 아깝습니다

명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민연금 14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건 세금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쌓이는 돈입니다. 게다가 회사가 같은 금액을 더 넣습니다. 내가 14만 원을 내면 28만 5,000원이 적립됩니다. 돌려받는 시점이 멀어서 체감이 안 될 뿐입니다.

고용보험 2만 7,000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내고 있어야 퇴사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습니다. 월 2만 7,000원으로 사는 보험입니다.

그래서 "4대보험 안 넣는 대신 월급 30만 원 더 줄게"라는 제안은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당장은 이득처럼 보이지만 실업급여, 산재보상, 경력 증명이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사업주 쪽 법 위반이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근로자가 증명할 자료가 남지 않습니다.


입사하고 한 달쯤 지나면 국민연금공단 '내 연금 알아보기', 건강보험공단 자격득실확인서, 고용24의 고용보험 가입이력 — 이 세 군데에서 내 가입이 제대로 잡혔는지 볼 수 있습니다. 5분이면 끝납니다. 신고가 누락됐을 때 한 달 안에 발견하면 정정이 간단하고, 몇 년 지나서 알면 소급 처리가 번거로워집니다.

(요율은 2026년 9월 기준이며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연동돼 매년 조정됩니다.)